정부가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AI 산업계가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언들이 쏟아져 나오며 기술 주도권 확보의 시급성이 논의되었습니다.
본 게시물은 파운데이션 모델 투자부터 AX 가속화, 규제 개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AI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정부가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이라는 담대한 비전을 선포하며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대한민국 AI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전략과 정책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8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재로 열린 민관 간담회는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AI 주권 확보와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업계 대표들은 기술 개발의 어려움부터 규제 문제,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원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소버린 AI’ 구축,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전환(AX) 서비스의 균형 발전, 국산 NPU 활성화를 통한 기술 자립, 그리고 전방위적인 규제 혁신 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대한민국 AI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도전임을 시사합니다.
'소버린 AI' 실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단연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주권 AI’의 확립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가 정의하는 소버린 AI는 폐쇄적인 기술 보호주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같은 고립된 접근을 경계하며, 소버린 AI의 진정한 의미는 국내 시장 방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최근 중국 방문 경험을 통해 현지 AI 기업들이 보유한 압도적인 GPU 인프라와 무서운 속도의 개발 역량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며, 이제는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개방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단순히 모델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에이전트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우리의 기술과 서비스가 세계 무대에서 선택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버린 AI를 향한 접근법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습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영역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에, 동남아나 일본 등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국가에 우리의 우수한 AI 기술을 ‘기술 원조’ 형태로 제공하고, 국내 IT 서비스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주는 바우처 방식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반면,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소버린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키’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하며, AI 기술은 언제든 더 뛰어난 모델로 대체될 수 있는 ‘스위처블한 기술’에 가깝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특정 모델에 집착하기보다는 AI의 안전성, 표준성, 윤리 문제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에서 국내 AI 솔루션과 인프라를 패키지 형태로 묶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보다 거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우형 LG AI연구원 전무는 ‘우리가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AI’를 소버린 AI의 핵심으로 정의하며, 이를 위해 원천 기술 확보와 더불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및 생태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실패를 용납하고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혁신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덧붙였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과 AX의 균형, AI 산업 생태계 확장 전략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의 중요성 또한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 빗대어 이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세계 최고의 엔진(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엔진을 활용하여 스포츠카, 세단, 트럭 등 다양한 목적의 완제품 자동차(AX 서비스)를 만들어 전 세계에 역수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같은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의 등장으로 국내 업계가 받은 충격이 크다며, 이제는 모델 개발 경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AX 정책을 병행하여 실질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과 동시에, AI 기술을 통해 국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이원화된 전략이 시급함을 의미합니다.
성공적인 AX 전환과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의 근간에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 및 활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호준 삼성SDS 부사장은 중국 AI 기업들의 가장 큰 힘이 바로 ‘데이터’에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활용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환경이 그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여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지정된 보안 시설 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함께 데이터를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체계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는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국가적 자산으로 활용하여 국내 AI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데이터 편향성이나 보안 문제를 해결하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AI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풍부한 데이터라는 ‘연료’가 있어야만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엔진’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AX ‘자동차’들이 세계 시장을 향해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프라 구축과 규제 혁신, AI 강국 도약의 필수 조건
AI 기술이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랩장은 GPU 등 고가의 AI 장비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정작 선행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드는 딜레마를 토로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과감한 연구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R&D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와의 무한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자본력에서 밀리는 다수의 기업은 장기적인 연구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국가 전체의 AI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인프라 측면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해소하고 기술 자립을 이루기 위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생태계 활성화가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김한준 퓨리오사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엔비디아 GPU가 제공하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산 NPU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공공 부문에서 선도적으로 국산 AI 반도체를 도입하고 활용함으로써 초기 시장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성능을 검증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AI 반도체라는 미래 핵심 산업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관련 산업 생태계를 동반 성장시키는 매우 전략적인 접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규제’입니다. 유한주 랩장은 AI 서비스 실증 과정에서 마주하는 행정 규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중복 규제, 그리고 인허가의 불확실성 등이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시대의 속도에 맞는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 혁신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장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마치며
이번 민관 간담회는 대한민국 AI의 미래를 위한 절박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자리였습니다. 업계는 정부의 100조 원 투자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이 막대한 자원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논의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개방적인 ‘글로벌 소버린 AI’ 전략을 추구해야 합니다. 둘째, 파운데이션 모델 원천 기술 확보와 함께,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하여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AX로의 균형 잡힌 전환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셋째, 국산 NPU와 데이터 플랫폼 등 핵심 인프라를 강화하고, AI의 속도를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야 합니다. 조준희 협회장이 언급한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처럼, 민관이 ‘원팀’이 되어 글로벌 빅테크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야 할 때입니다. 이제 정부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정책적 응답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우리나라 AI 산업의 성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담대한 도전을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