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이산화탄소→포름산 전환 획기적 기술 개발! 전력 1/4, 생산량 3배 '초저전압 시스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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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핵심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화합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답을 제시하여 학계와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조승호, 권영국, 이재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로부터 공업용 핵심 원료인 '포름산(Formic Acid)'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를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추고, 생산량은 무려 3배 가까이 끌어올린 새로운 전기화학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졌던 에너지 효율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 성과로, 지속 가능한 화학 공정 및 자원 순환 경제 구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난제, '에너지 효율성'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은 상온 및 상압 조건에서 구동 가능하여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가집니다. 특히 포름산은 살균제, 보존제, 가죽 공정, 제설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일 뿐만 아니라, 수소 저장 물질로서 미래 에너지 운반체로도 잠재력이 커 이산화탄소 전환의 주요 목표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기존의 이산화탄소-포름산 전환 시스템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바로 '에너지 비효율성' 문제입니다. 전기화학 반응은 항상 두 개의 전극(음극과 양극)에서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음극에서 이산화탄소가 포름산으로 전환되는 동안 양극에서는 필연적으로 짝반응(coupled reaction)이 발생합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발생시키는 '산소 발생 반응(Oxygen Evolution Reaction, OER)'을 짝반응으로 사용해왔습니다. 문제는 이 산소 발생 반응이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이어서 엄청난 양의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전체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전력의 약 70%에서 90%가 오직 산소를 만드는 데 소모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스템 구동 전압이 2V(볼트) 이상으로 높아져 경제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즉, 애써 온실가스를 줄이고 유용한 자원을 만들더라도 그 과정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기술의 실용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학계의 오랜 숙원은 바로 이 비효율적인 산소 발생 반응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혁신의 핵심, '산소 발생'을 대체한 새로운 짝반응 시스템
UNIST 연구팀은 기존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비효율의 원흉인 산소 발생 반응을 과감히 버리고, 훨씬 적은 에너지로 구동되면서도 유용한 물질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짝반응을 도입한 것입니다. 연구팀이 찾아낸 해답은 바로 '포름알데히드 산화 반응(Formaldehyde Oxidation Reaction, FOR)'입니다. 포름알데히드를 산화시켜 포름산을 만드는 이 반응은 산소 발생 반응에 비해 이론적으로 훨씬 낮은 전압에서 일어날 수 있어 에너지 소모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포름알데히드 산화 반응에 최적화된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고, 이를 양극에 적용하여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과 결합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새롭게 개발된 시스템은 불과 0.5V라는 초저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시스템의 구동 전압(2V)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수치로, 전력 소모량 역시 동일한 비율로 감소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시스템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패러데이 효율(Faradaic efficiency) 측면에서도 음극(이산화탄소→포름산)에서 96.1%, 양극(포름알데히드→포름산)에서 82.1%라는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신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투입된 전기에너지를 오롯이 목표 물질 생산에 집중시킬 수 있는 고효율 시스템을 구현했음을 뜻합니다.
생산량 3배 증대와 친환경 화학공정의 새로운 지평
이번 연구의 진정한 혁신성은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새로운 짝반응 시스템은 포름산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오직 음극에서만 포름산이 생성되고 양극에서는 저부가가치 물질인 산소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이 도입한 포름알데히드 산화 반응은 양극에서도 포름산을 만들어냅니다. 즉, 음극과 양극 양쪽에서 동시에 목표 물질인 포름산을 생산하는 독창적인 구조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 덕분에 시스템의 총 포름산 생산 속도는 0.39 mmol/cm²·h에 도달했으며, 이는 기존의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전환 시스템들과 비교했을 때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생산량입니다. 낮은 전력으로 더 많은 양의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경제적 타당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포름알데히드 산화 반응의 폭넓은 확장 가능성도 증명했습니다. 이 기술을 다양한 친환경 화학 공정에 적용하여 전기 공급 없이 스스로 구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구체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질산염 환원 반응과 결합하여 오염물질 없이 암모니아 생산
- 산소 환원 반응과 결합하여 과산화수소 생산
- 수소 발생 반응과 결합하여 청정에너지원인 수소 생산
마치며
UNIST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초저전압 이산화탄소 전환 시스템은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중요한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습니다. 고질적인 에너지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한정된 전기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온실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산업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이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솔루션이 될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포름산 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화학 공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은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임을 시사합니다. 앞으로 이 혁신적인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어 환경 문제 해결과 자원 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관련 후속 연구 및 상용화 노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