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법 개정안 통과, 끝나지 않은 논란: 환자 안전 위한 5대 추가 요구사항 심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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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전공의들의 과도한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의 실마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전공의의 연속 수련 시간을 기존 36시간에서 최대 24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휴게시간 및 연장·야간 근로 등 주요 노동 조건에 근로기준법을 준용하도록 명시하여 법적 보호의 틀을 강화했습니다. 이는 살인적인 근무 시간에 내몰려 있던 젊은 의사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동시에 이들의 피로 누적이 야기할 수 있는 의료 과실의 위험을 줄여 환자 안전을 제고하려는 중요한 입법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희생과 헌신'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된 비정상적인 수련 문화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들은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즉각적인 추가 논의를 요구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전공의법 개정안 통과, 한 걸음 나아간 수련 환경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은 전공의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장시간 연속 근무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진일보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연속 수련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대폭 축소한 것입니다. 이는 24시간 연속 근무 후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함으로써, 전공의들이 신체적, 정신적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또한, 휴일, 휴게시간, 연장 및 야간 근로에 대한 보상 등 전반적인 근로 조건을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는 전공의가 단순한 '피교육자'가 아니라 병원의 핵심 인력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노동자'임을 법적으로 재확인한 조치입니다. 그동안 주 88시간에 달하는 초장시간 근무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유일한 직업군이라는 오명을 써왔던 전공의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개정안은 이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비인간적인 수련 환경을 개선하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공의들의 수련 집중도를 높여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도 부합하는 방향입니다.
"실효성 부족"… 전공의 단체가 제시한 5대 핵심 요구
개정안 통과라는 긍정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을 비롯한 전공의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법의 실효성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추가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했을 뿐, 현장의 악순환을 끊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5대 핵심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공의의 권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무게감 있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들입니다. 전공의 측이 제안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련시간 추가 단축: 과로사 예방 기준(12주 연속 주 60시간)을 상회하는 현재의 총 노동시간 상한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하고 과도한 야간근무를 제한해야 합니다.
- 1인당 적정 환자 수 법제화: 전공의 1인이 감당할 수 있는 환자 수의 상한을 법으로 규정하여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진료의 질을 확보해야 합니다.
- 전공의법 위반 병원 처벌 강화: 현행 500만 원 이하의 솜방망이 과태료 규정을 근로기준법 수준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상향하여 법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성격 개편: 평가 대상인 병원협회가 평가를 위탁 수행하는 모순적 구조를 개선하고, 노사 동수 참여 및 노동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 대체 인력 배치 의무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등 대체 인력의 의무적 채용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들은 '내가 빠지면 동료가 고통받는' 구조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해 온 전공의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1인당 환자 수를 규제하고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과밀한 업무 환경 속에서 양질의 수련 기회를 박탈당하고, 때로는 정상적인 진료 행위마저 위협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결 과제로 지목됩니다.
처벌 강화와 감독 체계 개편, 근본적 해결을 위한 과제
전공의 단체가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에는 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행 전공의법은 수련 시간 규정 등을 위반한 병원에 대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칩니다. 이는 일반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이 따르는 근로기준법과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약한 처벌 규정은 병원 경영진에게 법 준수에 대한 충분한 경각심을 주지 못하며, 1년에 한 번 여러 건을 묶어 처리하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전락하여 현장에서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타 안전 관련 법안의 상식적인 기준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을 강화해야만 법의 존엄성과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수련 환경을 평가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역시 시급한 과제입니다.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한병원협회가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모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전공의 노조는 이러한 구조를 전면 개편하여,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노사 협의기구'로 전환하고, 수련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감독 기구를 통해 현장을 상시 감시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만 법의 취지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전공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전공의의 인권과 환자의 안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전공의 단체가 제기한 수련시간의 실질적 단축, 처벌 규정 강화, 감독 체계의 독립성 확보, 대체 인력 충원 등의 요구는 결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제언입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논의하는 것이 이제 국회와 정부에 남겨진 과제입니다. 의료계 구성원 간의 충분한 소통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련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합니다.